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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18-08-11, 12:41 ]
“더 많은 말레이시아 국민들이 동계스포츠 즐기게 되기는 계기 되고파...”



올해 초 개최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은 여러가지 기록을 남긴 대회였다. 역대 사상 최고로 많은 종목의 경기가 펼쳐졌고 (총 15개 종목, 102개 세부종목), 빅에어 스노보드, 매스스타트 스피드스케이팅, 혼성 컬링, 알파인스키 혼성계주 등 종목이 새롭게 생겼으며, 참가 선수 규모도 사상 최대였다. (총 92개국 2,925명) 

평창을 통해 동계올림픽 무대에 첫 선을 보인 나라도 6개 국가에 이른다. ‘적도의 나라’ 에콰도르(크로스컨트리스키)를 비롯해 에리트레아(알파인스키), 코소보(알파인스키), 나이지리아(봅슬레이·스켈레톤), 싱가포르(쇼트트랙), 그리고 말레이시아(피겨스케이팅·알파인스키) 등 눈도 얼음도 구경하기 힘든 환경에서도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꿈을 키워 온 선수들이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기량을 겨뤘다.

각기 다른 국적과 사연을 가진 수 천 명의 국가대표 선수들 중에는 교통사고 후유증과 뇌졸중의 충격을 이겨낸 캐나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데니 모리슨, 바이러스 감염으로 혼수상태에 있다 깨어난 미국의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 토린 야터 월레스, 3세부터 백혈병을 앓으며 7년간 항암치료를 받았던 미국의 노르디 복합 스키 선수 브라이언 플레처 등 부상과 병마, 슬럼프, 역경을 이겨낸 스타들이 대거 등장해 스포츠 팬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일년내내 뜨거운 날씨에 눈과 빙판은 평생 한 번도 보기 어려운 말레이시아에서 최초로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피겨스케이팅 선수 ‘줄리안 쯔 지에 이’(Julian Zhi Jie Yee. 21) 또한 쇼핑몰 아이스링크 위에서 눈물겹게 키워 온 올림픽 출전의 꿈을 평창에서 이루어냈다. 

게임중독, 우울증, 약물중독, 성 정체성의 문제 등 각종 개인이기주의와 심리적 갈등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이 시대 많은 사람들에게 스포츠맨들이 꿈과 희망을 키우고, 목표와 자신과의 끊임 없는 싸움, 그리고 불굴의 도전정신을 발휘한 끝에 역경을 딛고 국제대회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사연들은 책이나 영화와는 또 다른 생생한 감동이 되곤 한다.줄리안 선수는 말레이시아 국민들에게 그런 감동이 되었다.

**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후원합니다


‘드림 프로그램’으로 맺어진 한국과의 특별한 인연



줄리안은 한국의 ‘드림프로그램’(2009)이 배출한 선수 중 한 명이다. 드림프로그램은 강원도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하여 2004년부터 매년 진행한 세계 동계 꿈나무 육성 프로젝트로서, 눈이 오지 않거나 동계스포츠가 발달되지 않은 국가의 청소년들을 강원도 평창과 강릉으로 초청해 매년 스키, 스케이트 등 동계스포츠 훈련과 문화체험을 제공해 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기후여건 등으로 동계 스포츠를 접하기 어려웠던 아프리카와 동남아, 중남미 청소년들에게 꿈을 심어 줬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는데, 그 결실은 달콤한 칭찬의 말 한마디와 비할 수 없이 값진 것이었다. 많은 청소년들이  드림 프로그램을 통해 인생이 역전되고 새 삶이 열리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줄리안을 포함하여 드림프로그램에 참가했던 케냐 다니엘 사파리와 태국 아팁 나바랏, 르완다 바질, 남아프리카 공화국 타마라 제이콥스와 첼시 제이콥스 자매 등의 우수선수 6명은 평창올림픽에서 성화봉송자로 초청되어 활약해 주었다. 

지난 해 9월 독일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네벨혼 트로피에서 6위에 오르며 조국에 사상 첫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안겨준 줄리안 선수는 “드림프로그램은 눈이 오지 않는 말레이시아에서도 동계스포츠 선수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해 준 소중한 경험이었다”면서, “프로그램 참가 후 본격적인 선수 생활을 시작했는데 결국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루게 되어 감회가 새롭고 영광”이라고 말했다. 



“드림 프로그램 참가 차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한국 국가대표 피겨스케이팅 팀과 같은 센터에서 훈련을 했는데 모두들 대단히 친절하고 감사하게 대해 주는 가운데 즐겁고 멋진 경험을 했다. 한 건물에 여러 개의 빙상장이 있는 선수촌 시설이 인상 깊었다. 또 우상과 같은 김연아 선수의 훈련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었던 것도 대단했다”고 추억하기도 했다. 

당시 두 달 간의 전지훈련 동안 태릉선수촌에서 유남훈 코치에게 지도를 받았던 줄리안이 한국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무엇보다도 훌륭한 빙상장이었던 것 같다. 

아주 어릴 적 스케이트를 시작하긴 했지만 그는 국제 규격에는 턱 없이 부족한 규격의 쇼핑몰 아이스링크에서 훈련 받아오던 터였기 때문이다. 태릉선수촌에서의 경험은 줄리안으로 하여금 세계 무대를 가늠하게 하는 안목을 주었으며,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한계를 조금씩 깨치고 나아가야 한다는 의지와 각오를 다지게 만들었다. 

그로 부터 9년, 평창에서 남자 싱글 스케이팅 부분에 진출한 줄리안은 2월 16일 강릉 아이스 경기장에서 펼쳐진 쇼트 프로그램에서 73.58점을 얻어 1.15점 차이로 독일의 Paul Fentz 선수(24위)의 뒤를 이어 25위를 기록했다. 한 등수 차이로 안타깝게도 (쇼트프로그램 성적에 따라 결정되는) 프리스케이팅 출전 자격을 얻지는 못했지만  줄리안은 개인 최고점수를 획득한 것에 대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올림픽 결승 이전까지 그의 베스트 스코어는 72.59점이었다. 

자국민 팬들은 소소한 점수 차로 24위까지인 결승전에 진출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세계적인 베테랑 선수들 가운데서 당당하게 말레이시아의 이름을 높여준 것에 대해 자랑스럽다는 반응이었다. 개인적으로 최고 기록을 달성한 점, 그리고 세계 동계올림픽의 지도에 말레이시아가 그 이름을 올리게 된 것에 대해 뜨겁게 열광했다. 

쇼핑몰 아이스링크에서 싹튼 꿈, 이젠 세계 무대로...



피겨스케이팅과 쇼트트랙 경기가 열린 강릉 아이스아레나 경기장은 ‘아름다운 역빙’(Ice Work)이라는 디자인 콘셉에 걸맞는 공간으로서 눈이 덮인 것 같은 순백색 결정체, 이음매 없는 단면으로 ‘피겨 여왕’ 김연아의 점프와 동계올림픽 이미지를 표현했다. 

1개 경기장에서 2개 종목이 개최됨에 따라 빙면의 두께를 편차 없이 제빙할 수 있는 첨단 자동 제빙시스템(피겨 영하4도, 쇼트 영하7도)과 빙상경기장 최초로 관람석 온도 15도, 습도 40%를 유지하는 공조시스템이 갖추어졌고, 레벨 오차 ±3.5㎜ 평활도로 빙면 두께 편차가 없어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최상의 빙질을 제공했다. 

“살을 에는 듯한 매서운 겨울 날씨를 제외하고 평창 동계올림픽은 더할 나위 없이 잘 조직되고 계획되어 있었다. 날씨 말고는 전혀 불편함도 어려움도 없었다”는 줄리안의 설명과 다르지 않다. 

사실 기후적인 조건으로 인해 말레이시아의 동계스포츠 환경은 아직까지 너무나 열악한 수준이다. 어릴 때부터 일찍이 아이스 스케이팅에 두각을 나타낸 줄리안이지만 쇼핑몰 안에 대중 레저시설로 만들어진 아이스링크에서 선수로서의 기반을 다져야만 했다. 제대로 된 전문 훈련시설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줄리안은 4살쯤 어머니 손을 잡고 찾은 쇼핑몰 아이스링크에서 누군가 스핀하는 모습을 보고 매력을 느낀 후 일주일에 한두 번 놀면서 스케이팅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얼음 위에서 뛰어놀다 넘어지면 웃기도 하고 울기도 했지만 왠지 스케이트 타기를 멈출 수 없는 아이가 되었다. 



“그때 전 아마도 스스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서서히 알아갔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 즈음부터는 왠지 스케이트가 지루하고 친구들과 함께 영화관이니 생일파티니 하며 자유롭게 나가서 놀지 못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한참 뛰어놀 나이에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하여 치열하게 훈련하고 노력하는 것이 쉽지 않게 느껴졌을 것이다. 

“13살 때 쯤의 저는 제가 미래에 올림피언이 될 거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어요. 모든 것이 한계단 씩 이루어 온 결실인 것 같아요. 내가 가졌던 첫번째 목표는 꼴찌를 하지 않는 것이었죠. 매번 꼴찌에서 두번 째를 했기 때문에 그때는 그것이 절실했어요. 그 다음부터 늘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한결 같은 믿음과 지원이 있었기에 때때로 닥치는 어려움에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늘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했다. 
“어머니와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은 제 인생의 최고 가치입니다.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제가 있으며, 또한 그들은 제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지 저를 응원해 주고 믿어줄 것입니다. 언제든지 마음을 의지할 곳이 있다는 것은 큰 축복입니다”

줄리안은 또, “제가 선수로서 나아가야 할 길을 인도해 주시고 많은 경험과 가르침을 나누어주시는 코치님들께도 감사드린다”고 했으며, “평창 동계올림픽 동안 한국에서 만나고 지원해 주신 훌륭한 선수분들과 대회 관계자분들 덕분에 조금도 아쉬움이 없는 한국 여행이 된 것 같다”며 더욱 좋은 경기와 기록으로 팬들 앞에 설 날을 기약했다. 

더 나은 트레이닝 환경을 찾아 지난 2016년 캐나다로 이주하여, 현재 마리포사 스테이팅 스쿨에서 Michael Hopfes와 Doug Leigh 코치의 지도 하에 매주 수십 시간의 훈련에 임하고 있는 줄리안 이의 성장스토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무선통신 및 컴퓨팅 장비 분야 공식 파트너인 삼성전자(갤럭시노트8)에 의해 애니메이션 동영상 <줄리안과 그의 마법 스케이트>(Julian and His Magical Skates)로 제작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저의 존재가 어떤 시발점이 되어 더 많은 말레이시아 국민들이 겨울 스포츠에 관심을 가지고 또 즐길 수 있게 되시기를 희망하며, 저의 국제 경험들이 추후 국내 인재들이 걸어가야 할 길에 지침이 될 수 있기를 고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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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가족력 질환…이제 발병 위험도 미리 확인하고 예방한다” (2018-08-09 17:0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