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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17-11-21, 05:12 ]


(쿠알라룸푸르=코리안프레스) KP 뉴스팀 =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운영되고 있는 다국적 호텔들이 국제본부로부터의 권고에 따라 호텔 직원들에게 ‘머리스카프’(히잡)을 착용하지 못하도록 조치하면서 ‘무슬림 차별’이라는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비정부기구 ‘The Centre For A Better Tomorrow’(CENBET)는 “말레이시아 호텔 협회(MAH) 측이 ‘국제 추세’라는 명분을 내세워 직장에서 머리스카프를 착용하지 못하게 한 것은 사생활 침해이자 지역 문화 및 종교 규범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고 항의하며, “호텔 측은 운영 규정의 시행에 있어서 좀더 융통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성명을 통해, “직원의 옷차림에 있어서 효과적인 업무 수행에 방해가 되지 않는 한, 특정 의복을 금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으며, 특히, “호텔 측은 ‘진정한 아시아, 말레이시아’라는 국가 관광 슬로건의 홍보에 역량을 집중해야 하고, 현지 물정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회사 규정에 대해 항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말레이시아 관광문화부 마스 에르미에야티 삼수딘 차관도 “해당 규정에 대한 타당성을 증명해보라”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이번 논란은 ‘유니온 네트워크 인터내셔널’ 말레이시아 노동센터가 “호텔 프런트 데스크에 근무하는 무슬림 직원들에게 머리스카프를 착용하지 말라는 조치는 차별”이라고 주장하는 일부 호텔 직원들 불만사항을 신고 받으면서 시작됐다.

이에 대해, 말레이시아 호텔 협회(MAH)는 “국제 추세에 부합되는 규정”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직장 내 히잡 착용 허용여부와 관련된 논란은 말레이시아가 처음이 아니다. 특히, 올해 초 유럽에서는 벨기에의 한 보안업체에서 일하던 무슬림 여성이 고용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히잡을 쓰다가 해고된 뒤 차별금지법 위반으로 회사를 고소했는데, 법원이 고용주의 손을 들어준 것은 현재까지 유럽 내 뜨거운 감자다. 

지난 3월 14일 유럽연합사법재판소(ECJ)는 “공공이나 민간 부문을 가리지 않고 고용주가 고객에게 중립적인 이미지를 내비치기를 원하는 것은 적법하다”면서 “직장 내 히잡 착용 금지는 직접적인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차별금지법은 종교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므로, 이에 따른다면 언제 어디서든 히잡의 착용이 허용돼야 한다. 하지만 유럽 법원은 이번 사례를 통해 종교적 표현의 자유도 특정 상황에서는 법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을 명백히 천명한 것이다. 

알제리계 영국인이자 무슬림으로 소수자 문제, 이민, 문화를 주로 다루는 비디오 저널리스트 이만 암라니는 당시 유럽연합사법재판소의 판결에 대해 “히잡 착용자들에게 히잡은 단순한 ‘종교적 상징’ 이상의 의미로서, 삶의 방식이자 가치관이며 자기 정체성이기에 사실 논쟁의 주제가 될 수조차 없는 부분”이라면서, “직장 내 히잡 금지 조치는 무슬림 여성들의 사회 진출을 금지한 것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그는 “히잡 착용 금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번 판결이 궁극적으로 사회 통합에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결과는 오히려 반대일 것이다. 무슬림 여성들은 자신이 받아들여지고 편안하다고 느끼는 공간에만 머무를 것이고,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과 교류는 줄어들 것이다. 게토화가 진행되고, 분노와 원망이 쌓여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6월 노르웨이 정부는 북유럽 국가 최초로 학교에서 부르카와 니캅의 착용을 금지하기로 발표했다. 이슬람 여인들의 전통 복식에는 온몸을 완전히 가리고 눈까지 그물로 가리는 ‘부르카’, 눈을 제외한 얼굴을 완전히 가리는 면사포 ‘니캅’, 머리와 목 그리고 어깨를 가리는 망토 ‘키마르’, 머리카락만 가리는 스카프 ‘히잡’ 등이 있는데, 노르웨이 정부는 이 중에서 ‘히잡’ 만을 허용하고 있다. 

참고로, 니캅이나 부르카처럼 얼굴을 가리는 복장을 금지한 이유는 의사소통 능력을 가장 기본적인 가치로 여기며 가르치는 노르웨이 학교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노르웨이 대학에서 부르카나 니캅을 착용하는 경우 퇴출을 당할 수도 있다. 

사실 온몸을 가리는 부르카와 니캅의 착용은 안전, 보안, 소통 등의 여러가지 이유로 꽤 다양한 국가 및 지역에서 금지 조치되어 왔지만, 단순히 머리카락만 가리는 히잡에 대한 금지 여부가 국교를 이슬람교로 정하고 있는 말레이시아에서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이슬람 테러조직이 이슈화 되어 온 최근 수 년 간 국제사회 전반으로 확대된 ‘이슬람 혐오’ 및 ‘테러에 대한 공포’가 말레이시아 호텔 업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 연방헌법은 제8조 2항에서 “고용, 임명, 사업 활동 등에 있어서 종교로 인한 시민 차별은 없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 바, 이번 논란이 어떻게 마무리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abc@kore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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